[태안 문화재] 등산도 하고 불심도 느끼고... 태안 백화산 태을암, 태안마애불

한산한 겨울날, 태안 출장길에 간만에 백화산으로 향했습니다.

백화산은 해발 284m의 비교적 낮은 산으로서, 태안시내를 북쪽에서 감싸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턱에 국보인 태안마애불을 품고 있어 유명하지요.

태안마애불 옆에 1970년대에 지어졌다는 태을암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서 경차인 제 차는 반 죽어납니다.

 

태을암에 다다르기 직전에 멋진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백조암이라고... 백조처럼 생긴 건 전혀 아니고, 백조알이랑은 좀 비슷하네요.

 

태을암 입구에 태안마애불 안내 표지판이 있는데, 국보를 알리는 표지판 치고는 너무 낡고 허접한 느낌입니다.

 

태을암 주변에는 이렇게 쉴 수 있는 벤취와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어 인근 어르신들이 운동삼아 많이들 올라오시는 듯...

 

태을암으로 들어서면... 현대에 지어진 사찰이라 그런지 고풍스런 맛은 별로 없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입니다.

 

아래쪽으로 해서 마애불로 가는 길입니다. 오른쪽에 삼성각이 보이고, 나무 뒤에 가려진 보호각 안에 마애불이 있습니다.

 

삼성각 옆쪽에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주는 약수터도 있습니다.

 

마애불로 진입하는 계단길입니다. 양쪽으로 동백꽃나무가 반기네요.

 

태안마애불 전경입니다. 아니 보호각 전경입니다.

 

드디어 그분들의 모습이...

태안마애불은 2004년 8월 31일 국보 제30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높이 394cm, 폭 545cm의 화강암벽에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삼존불로서, 일반적인 삼존불과는 달리 좌측에 석가여래, 우측에 약사여래, 중앙에 관세음보살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작연대는 6세기로 추정된다는군요. 

 

암반에 조각되어 있지만 연꽃대좌를 타고 가볍게 떠 있는 느낌입니다.

 

고부조로 조각된 측면 모습입니다. 

단순히 암석에 조각을 했다기보다는... 백제인들이 불심으로 암석 속에 잠들어 있던 불상을 찾아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 합니다. 

 

옆쪽으로 사각형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옛날에 원래의 보호각 시설 같은게 있었던 거 같습니다.

 

보통은 사람들이 잘 안보고 지나치는 부분이 보호각 뒤쪽, 즉 불상이 새겨진 암석이 뒤편입니다. 꼭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춰진 불상이 한 구가 더 있거든요.

 

보이시나요. 바위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바위그늘 속에 새기다 만 불상의 모습이...

아는 분들이 앞에다 소원탑을 쌓았네요. 그리고 저 바위는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곳곳에 저런 바위들이 있겠지만... 보이는 것처럼 동전이 붙는 바위입니다.

 

마애불 맞은 편에는 태을동천이라고 크게 새겨진 암반이 솟아 있는데, 도교사상에 입각한 기도도량이었다고 합니다.

저 오른편으로 돌아 올라가면 백화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애불 앞 또 한편에는 감모대라는 독특한 형태의 석조물이 있는데, 꼭 무슨 회의탁자나 놀이시설 같습니다.

 

태을동천이라고 새겨진 암반 위쪽에서 본 보호각 모습입니다. 지금은 보호각이 없어져 더 시원하고 신성시하게 보이는 서산마애불처럼 얼른 없어졌으면...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암반 바닥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습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마애불을 바라보면서 바둑을 둔다... 지금은 말랐지만 옆에 실개울도 흘렀을 터이고...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을 듯.

 

암반 옆 산길을 따라 150m 정도만 힘내서 올라가면 백화산 정상에 닿습니다.

 

멀리 서해바다가 보이고... 마침 참새떼가 에어쇼를 보여주네요.

 

드디어 백화산 정상입니다. 

 

정상에서 북쪽편을 바라보면... 무슨 호수인가 했는데, 태안반도 북쪽으로 연결된 서해바다입니다.

 

정상 앞에는 이런 무덤처럼 생긴 돌무더기가 있는데, 봉수대지라고 합니다. 불을 피워 소식을 알리던 아주 오래 전의 통신수단이었던...

 

봉수대지 주변 바닥을 보니, 기와편, 토기편, 백자편 등이 꽤나 많이 보이더군요.

당시에 군사시설이었던 기와를 올린 건물이 있고, 거기서 생활을 했던 흔적들로 추정됩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태안시내 모습입니다. 멀리 서해바다도...

 

무리하지 않는 산행과 문화재 답사를 겸할 수 있는 괜찮은 코스인 듯 합니다.

 

 

2014년 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