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7. 16:25ㆍ[그리고 또]/포토폴리오
어리고 순수한 영혼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인된 마음이 참 오래도 간다.
어디든 나가서 셔터라도 몇 방 눌러야 마음이 좀 가라앉을까 해서 길을 나선다.
시동부터 걸고 진천쪽으로 향하다 문득 결정한 목적지는,
천 년 동안 모진 물보라를 견디며 꿎꿎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천 농다리'
약간 덥다 싶을 정도로 따사로운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에 나섰구나...
그 녀석들을 목격한 건, 농다리 반대편의 초평저수지쪽 전망대 쯤에서다.
눈이 시리도록 빠알갛게 만개한 철쭉꽃 사이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꿀을 빨고 있는 많은 나비들...
그런데 꽃이 아닌 나무계단 바닥에서 정신없이 퍼득거리는 나비 두 마리가 눈에 띈다.
조금 큰 나비, 조금 작은 나비 두 마리가 미친듯이 날개를 퍼득거리고 있다.
한 발짝 다가가도 계속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고 퍼득거린다.
가만히 보니,
큰 나비는 날개만 퍼득거릴 뿐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작은 나비는 정신없이 큰 나비 주위를 맴돌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거 같았다.
마치 큰 나비를 저 나무 틈바구니에서 구해내야 하는데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두 마리는 간절해 보였다.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나비는 거대한 인간의 등장을 직감하고 본능적으로 날아 올랐고,
여전히 큰 나비는 혼자서 계속 퍼득거리기만 하고 있다.
그러더니 곧 자포자기한 듯, 뭔가를 받아들이겠다는 듯...
날개짓도 하지 않았다.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고 다가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앞 다리 하나가 저 틈에 끼어있다.
살포시 들어내 주자 훨훨 날아 올랐다.
하물며 나비도 저런데...
하물며 나비도 저런데...
하물며... 나비도... 저런데...
2014년, 세월호 침몰 1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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